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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로 — 비주얼 언어를 만드는 일
멋짐의 반대편
수많은 온라인 제품들은 저마다의 기술과 멋짐을 보여주려 한다. Web3는 그중에서도 특히 그랬다. 강렬한 색, 화려한 3D 그래픽, 압도적인 연출. 뭔가 대단한 것을 만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들. 그리고 그 인상이 쌓일수록, 처음 들어오는 사람에게 이 공간은 점점 더 낯설고 어려운 곳이 됐다.
우리가 찾으려 한 건 그 반대편이었다. 처음엔 수수해 보여도, 오래 볼수록 질리지 않고 오히려 애착이 가는 것. 화려함보다 솔직함. 기술보다 온기. 그 방향을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Web3가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보이는 것만큼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우리가 선택한 방향들
방향을 정하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무엇을 하느냐만큼,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했다. 시장이 가는 방향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다른 쪽을 골랐다.
| 다른 제품들 | Spacebar | |
|---|---|---|
| → | 웹 브라우저 | |
| → | 2.5D | |
| → | 미니멀리즘 | |
| → | 오가닉 & 친근함 | |
| → | 캐주얼 |
이 선택들이 쌓이면서 Spacebar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Organic + Minimal + Casual = Style

여기서 Organic이란 너무 상업적이지 않고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Toy Story를 상업적인 쪽으로 본다면, Curious George는 Organic한 쪽으로 볼 수 있다.
완성도가 훌륭하고 화려한 비주얼의 Toy Story 동화책이 있고, 옆에 덜 완벽하고 덜 세련된 Curious George 책이 있다. Curious George는 언제나 베스트셀러인 반면, Toy Story는 하드커버에 모든 게 잘 만들어진 기승전결과 그림이지만 유저의 선택이 없어서 많은 경우 바겐세일 코너에서 판매된다.
"지나친 완성도를 보여주는 제품에서는 오히려 유저들의 공간을 없애버리는 경향이 있다."
제품도 비슷한 면이 있다. 특히 새로운 제품에서는 더욱 그렇다.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면, 유저들은 개선할 여지를 떠나서도 상상할 공간, 혹은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초기 제품이 Organic하고 날것의 느낌이 있으면,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상력을 더하게 된다 — 자신이 들어올 공간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Web3 커뮤니티성 제품에서는 이 부분이 어렵지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얀 우주 — 편견을 뒤집다
우주는 어둡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칠흑 같은 배경에 별이 박힌 이미지, 그것이 우주에 대한 보편적인 인상이다. Web3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 어두운 배경, 빛나는 요소들, 심오하고 무거운 분위기.
우리는 그 편견을 뒤집었다. Universe ETH, Universe Blast — Spacebar의 메인 화면은 하얀 우주다. 모든 화면이 하얀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흔히 아는 어두운 우주는 오직 게임 모드 안에서만 나타난다. 일상의 공간은 밝고 열려 있고, 게임의 공간은 깊고 어둡다. 그 대비 자체가 두 세계를 오가는 경험을 만들어냈다.

| 일반 화면 모드 | 게임 화면 모드 |
|---|---|
| 하얀 우주 | 어두운 우주 |
| 모든 일상의 공간. 밝고 열려 있다. Spacebar의 기본 환경 — 의도적인 기대의 역전. | 게임 안에서의 공간. 깊고 몰입적인, 우리가 우주라고 인식하는 그 공간. |
이것은 단순한 색상 선택이 아니었다. 미니멀리즘의 철학이자, 기존 Web3가 만들어온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적인 시도였다. 하얗고 단순한 공간이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담을 수 있다는 것 — 비어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
스페이스바 한 칸에서 우주로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건 단순한 게임이나 플랫폼이 아니었다. 평범한 유저의 키보드 위, 스페이스바 하나를 누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 새로운 Web3 세상이 열리는 경험이었다.

그 동선을 이렇게 상상했다. 수많은 종이비행기들 중 내가 선택한 하나의 종이비행기가 날아오른다. 그 비행기가 지갑 연결을 돕고, 안으로 나를 안내하고, 내 NFT와 연결되어 우주로 나아간다. 단순한 온보딩 플로우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동선.
세 가지 핵심 기준
01 감정적 이입 — 첫인상의 매력도
사람은 논리보다 감정으로 먼저 반응한다. 들어오는 순간 뭔가 끌리는 게 있어야 한다. 설명하기 전에 먼저 느껴지는 것 — 그 첫 번째 인상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어렵고 낯선 공간일수록 첫 감정의 무게는 더 크다.
02 쉬운 접근성 — 단순한 UX, 직관적인 UI
많은 경우 유저는 제품을 사용하는 초반에 많은 걸 결정한다. 초반에 기대가 생기지 않거나, 흥미가 안 느껴지거나, 너무 어렵거나 하는 허들을 최대한 없애야 했다. 다음 스텝을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흐름.
03 미니멀리즘과 스트리밍 — 다운로드 없는 가벼운 기술
무거운 설치, 긴 로딩, 복잡한 셋업은 진입 전에 이미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Spacebar는 처음부터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야 했다. 넷플릭스를 켜듯, 그냥 들어오면 되는 것.
언박싱의 감성
새 노트북, 새 폰 — 처음 열어보는 좋은 제품을 만날 때 느끼는 작은 흥분이 있다. 박스를 여는 순간의 설렘.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뭔가 시작된 것 같은 기분. 첫 만남의 두근거림 같은 것.
유저는 제품의 초반 경험에서 이미 많은 것을 결정한다. 기대가 생기지 않으면, 흥미가 안 느껴지면, 너무 어려우면 —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떠난다. Spacebar를 처음 만나는 감정선을 그 언박싱의 순간처럼 이어가고 싶었다. 설명서 없이도, 열자마자 이미 그 세계 안에 있는 것 같은 감각.
그래서 UX를 최대한 단순화했다. 미니멀한 UI, 한 번에 하나씩 이어지는 쉬운 스텝. 그리고 그 감정선의 정점에, 지갑 연결 후 처음 마주하는 하얀 화면에 딱 하나의 단어를 올려놓았다.

Web3 커뮤니티 안에서 "gm"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아침 인사이자, 오늘도 여기 있다는 존재의 신호다. 복잡한 온보딩을 통과하고 처음 마주하는 화면이 그 단어 하나라는 것 — 그 단순함이 전달하고 싶었던 감성이었다. 어렵게 들어왔지만, 도착한 곳은 따뜻하고 친근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