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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가 우주를 만났다
문턱을 낮추어야 했다
제품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정한 건 기술이 아니었다. 환경이었다.
유저가 무언가를 설치해야 한다면, 그건 이미 문턱이 생긴 거다. 다운로드를 요청하는 순간, 제품은 "일단 믿어봐" 라고 말하는 셈이다. 우리는 그 반대를 원했다. 브라우저를 열면 바로 거기 있는 것.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시작되는 것.
그래서 게임 엔진 대신 Three.js를 선택했다. 웹에서 3D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 React와 함께, 브라우저 안에서 Universe ETH와 Universe Blast가 만들어졌다. 완벽한 선택이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가장 정직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데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야 했다. 그게 첫 번째 시작이었다."
스페이스십, 그 오브젝트의 의미
환경이 갖춰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왔다. 이 우주 안에서 유저는 무엇을 타고 움직이는가.
출발점은 Episode 01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았다. 종이비행기. 그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와 3D로 형상화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스페이스십은 유저 저마다의 NFT를 싣고 나르는 공간이었다. 자신의 NFT를 스페이스십 안에 담아 우주를 누빈다는 개념 — 소유와 이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는 작은 사이즈로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우주 안에 띄워보니 존재감이 약했다. 유저가 자신의 것으로 느끼려면 더 잘 보여야 했다. 그래서 사이즈를 키웠다. 작은 결정이었지만, 스페이스십이 단순한 오브젝트가 아니라 유저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을 잡아준 순간이었다.

왜 Spacebar이어야 했던 이유
초기 Universe ETH 버전을 만들 때 우리가 던진 질문은 이거였다. 유저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능을 만들고, 오브젝트를 넣고,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Universe Blast 버전으로 넘어오면서 질문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왜 여기여야 하는가로. 단순히 기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저가 이 공간에 있어야 할 이유. 커뮤니티가 여기로 모여야 할 이유. 그 이유를 찾는 일이 중심이 됐다.
그 실이 끊긴 적은 없었다. Universe ETH에서도, Blast에서도, 유저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지점은 언제나 제품의 중심에 있었다. 다만 Outerspace로 오면서 그 질문이 더 근본적인 곳으로 내려갔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왜 이걸 하는지를 물어야 할 때가 온다."
커뮤니티가 뭘 원하는지. 제품이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Outerspace는 그 답을 찾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Foundation을 다시 만들게 되었다
Outerspace를 시작하면서 바뀐 것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건 엔진이었다.
Three.js는 Universe ETH와 Blast를 만드는 데 맞는 도구였다. 가볍고, 웹에서 바로 돌아가고,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Outerspace에서 그리려는 그림은 규모가 달랐다.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했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바닥이 필요했다.
엔진을 다시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앞두고 우리가 직면한 건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었다. AI가 빠르게 모든 것을 바꾸고 있었다. 개발 환경도, 툴도, 업계의 판도도. 그 변화 속에서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기술이 바뀌어도 우리가 쌓은 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처음엔 Unity를 검토했다. 기능으로는 충분했다. 그런데 당시 Unity는 라이선스 정책을 바꾸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상업적 엔진에 의존하는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다.
그래서 Godot 엔진을 선택했다. 오픈소스. 특정 회사의 정책에 묶이지 않고, 누구도 일방적으로 규칙을 바꿀 수 없는 구조. 전환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나서 바꾸는 것보다, 지금 바꾸는 게 맞았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필요했다."
Hyperliquid에서 시작하다
Outerspace의 구조를 설계할 때부터 멀티체인을 염두에 뒀다. 유저가 여러 체인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각 체인의 장점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취할 수 있는 환경. 그 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맞는 구조를 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시작할 수는 없었다. 하나를 먼저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첫 번째 체인으로 하이퍼리퀴드를 골랐다. 속도, 커뮤니티의 성격,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 — 스페이스바가 만들려는 세계와 맞닿아 있는 체인이었다. 그 위에서 세계관을 설계하고, 구조를 만들고, 환경을 쌓았다.

넓게 가기 전에 하나를 깊게. 그렇게 Outerspace가 시작됐다.